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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전시&공연

전시 - 불온한 데이터

MMCA 불온한 데이터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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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실체 하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OPP 필름에 달아 부유시켰다고 한다. 무엇이든 의도를 알게 되면 느끼는 바가 달라진다.

전시를 독서모임에 추천했더니 언어에 따른 데이터 권력 집중 문제도 다루고 있냐 물어보는 분이 있었다. 전시를 감상할 땐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굉장히 공감 가는 내용이다. IT 계열을 공부하고 있자니 더 와 닿는다. 양질의 정보는 영어권, 혹은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권에 집약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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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모든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데이터가 끝없이 기록되고 재생산되는데, 막상 자기 자신은 어떤 데이터가 기록되고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다. 수집된 데이터들은 권력이다.

덴마크의 작가들은 사회성을 띈 예술을 많이 한다 했다. 이 작품도 덴마크의 작가그룹이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북유럽에서 사회적인 예술이 성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볼 수 있겠지. 흥미로운 일이다.
예술은 예술로만 존재해야 하는가. 예술은 정치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대중을 선동하는 예술에 순수성이 있는가? 예술의 순수성은 무엇이고, 예술에 순수성이 필요한가? 가장 예술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인 것이라 한다. 예술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분야로 남겨두어야 하는 걸까?

  • 전시 관람 뒤 조각을 전공했던 분과 나눴던 이야기. 예술에 순수성이 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답이 기억에 남는다. 예술은 분명 정치사회와 구분될 수 없고 선동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니 예술은 순수성을 지향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사회와 타협해가는 것이 느껴져 괴로웠다고. 예술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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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무기화 세트
기계가 인지하지 못하는 얼굴은 사람의 형상을 하지 않는다.
흑인 식별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식 기술은 차별에서 비롯된다. 흑인이 우세한 사회였다면, 흑인의 얼굴을 잘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려 했겠지. 기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차별적인 시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차별을 학습하고 수행한다.
국가가 개인을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것이 정당할까? 데이터로 사람을 계급화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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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값어치는 이 정도
전시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변화를 꿈꾸고 실천한다. 모든 것을 숫자로 치환하고 데이터화한다 해서 그게 진실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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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된 교환
인터넷 상 전자 상거래로 구매한 음원, 이북 등은 우리가 진정 소유하고 있는 것인가? 플랫폼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소유물에 가치를 둘 수 있을까?
예술이 사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라 볼 수 있나? AI가 예술작품을 생성한다 하더라도 사람만이 그것을 예술로 인식하니 그 의미가 사람에게 있다 봐도 되는 건가. 인공지능은 끝없이 발달하고 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한다. 그럼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느끼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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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검증자료
데이터는 이미 존재한다. 모든 사건은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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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바 01&02
내가 누리는 자유가 진정 자유가 맞는가. 누군가가 생성해 둔 틀 안에서 자유롭다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벼룩을 병에 가두어 높이 뛸 수 없단 걸 인식시키면 병에서 풀려난 뒤에도 높이 뛸 수 없다 한다. 중국인이 만든 작품이라 그 의미에 대해 더 곱씹어보게 된다. 중국이 지금처럼 국민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자유롭다 느끼는 이들이 있을까? 이육사의 '달빛을 사모하게 된 사내'가 불현듯 떠오른다. 속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진실을 알게 되어 행복할까 혹은 그 진실에 의해 불행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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