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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백의 그림자. 황정은.

 

2015년, 아직 서울로 올라오기 전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세운상가가 어딘지도, 어떤 건물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좀 특이한 연애소설이네 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최근 독서모임에 이 책이 선정되어 다시 읽었다. 정말 많은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걸까? 혹은 세운상가를 알게 되어 그런걸까? 사실 내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다시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고, 읽었어도 별 감흥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말 끝이 둥근 사람들

백의 그림자의 등장인물들은 '그래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이와 같이 흐르는 대화를 많이 한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는다.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생각이 달라도 다른 이를 공격하지 않는다.

 

 

은교와 무재가 행복하길 바란다. 소설의 말미, 낯선 섬에서 차는 퍼져버렸고 아무도 만나지 못한채로 밤의 거리를 걸어 도착한 나루터에 마지막 배는 떠났을 지도 모르지만, 다음 날에도 배는 뜰테니까. 그들이 걸어가는 어두운 거리의 끝에는 빛이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품해설 부분에서 내가 정말 공감갔던 말. 황정은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항상 느꼈던 바라 적어둔다.

문학의 할 일 중 하나는 우리가 현실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자명함에 관한 그 잘못된 믿음을 해체하는 일이다. 이런 공간에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말 그대로 실감하게 하고, 나의 공강과 삶이 소위 현실이라고 하는 것과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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