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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네가 날 미워할까봐 무서웠어." "내가 무서웠어?" "넌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완전함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때문에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에 대한 단상.

관계를 맺고 사는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겪었을 만한 상황과 생각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진정 내게 무해한 사람은 내가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관계를 맺는 순간 우리는 의도를 했든, 그렇지 않든 상처를 주고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소중한 사람일수록 유해하다.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과 엮이면 별 게 아닌 일에도 쉽게 휘청인다. 가까운 사람들은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만큼, 약하게 만든다.

 

 

책에 담긴 이야기에서도 결국은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함께 있고자 노력하고 서로가 준 상처를 끝끝내 외면하지는 않는다. 무해하지는 않지만, 지독히 유해하지는 않게.

 

 

우리는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서로를 사랑하기에.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소중한 사람들의 고통을 확연히 알 수 없고,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도 없다. 다만, 자신으로 인해 받은 아픔을 보듬어 주려 노력할 수는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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